[사설] 미래 위해 작은 지배력 포기한 OCI와 한미약품 경영인들

입력 2024-01-14 18:18   수정 2024-01-15 06:52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통합은 이(異)업종 기업 간 자발적 결합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국내 대표 신재생에너지업체로 재계 순위 38위(2023년 자산 기준)인 OCI와 한국의 5위권 대형 제약사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는 M&A(인수합병)가 아니라 대등한 기업결합에 합의한 것이다. 이렇게 조용히 진행된 ‘이종의 동등 결합’은 짧지 않은 한국 산업사에 유례가 없다. 신성장동력 사업을 모색해온 OCI와 신약 개발 자금이 필요한 한미약품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OCI의 지주회사인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을 들여 취득하고,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인수하는 이 통합은 이사회 결의까지 끝났다. 관심이 가는 또 하나 대목은 한미약품이 창업주 별세 이후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납부로 애로를 겪어왔고, 이 문제가 이번 기업 통합의 주요한 고리가 됐다는 점이다. OCI-한미약품 통합에서는 한쪽이 ‘상속세 백기사’ 역할을 함으로써 두 기업 모두에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셈이지만 과도한 상속세가 정상적 기업 경영권까지 흔드는 지경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사정과 경위가 어떻든 이번 자율 통합은 한국 기업의 성장·발전에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 ‘기업 최후의 전쟁’이라는 M&A가 죽고 죽이는 살벌한 싸움이 아니라 화합형의 재창업 전기도 얼마든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 쪽 상속인들 사이에 다소 간의 이견도 있어 보이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룹 통합의 성공 여부는 이제부터일 것이다. 중후장대형 화학업에서 종합 생명과학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OCI와 신약 개발에 가속도를 붙이려는 한미약품이 얼마나 시너지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제약·바이오에서 두 기업이 축적한 역량과 도전적 열정은 투자자에게 긍정 요소가 될 것이다. 행정은 구태의연하고 정치는 퇴행하지만 기업은 사활을 걸고 미래를 개척해간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존 기업 지배력을 과감하게 포기한 양사 경영인들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기업결합 심사 같은 행정절차가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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